Date : 2008-06-23, Hit : 2436 , IP : 121.136.xxx.xxx
성철 형
우리를 두고 먼저 떠나셨다니 이게 어찌된 일이요?
몇 년 전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건강한 친구들이 문병 오면 ‘저 친구는 저
렇게 건강한데 나는 왜’하며 짜증 났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입원 중이
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평소에 누구보다 건강하던 형이라 퇴원 후 만나지 하
며 문병도 가질 않았습니다. 다음 모임에는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것을 조
금도 의심하질 않았는데 이 무슨 청천벼락과 같은 소식이요.
성철 형
모두가 살기가 힘들 던 시절 우리는 찬 바람 불고 황량하던 장안동 벌판에
서 운명처럼 가난에 찌든 우리 농촌을 살리자는 사명감 하나로 전국 각지에
서 모여 든 젊고 패기 찬 농촌운동의 동지로 만났습니다.
학교를 졸업 후 형은 농어촌개발공사를 거쳐 유명한 외자기업에서 노사관계
담당 중역으로 데모가 만능이던 시절에 분규 한번 없는 회사가 되도록 탁월
한 리더쉽을 발휘하기도 하였습니다.
형이 정년 퇴임 후 그 회사가 노사분쟁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
형의 그 고고한 인품과 지도력을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.
모임에는 언제나 높은 톤 직설 화법으로 분위기를 사로잡은 형은 가끔 향기
좋은 커피 세트를 선물로 돌려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하였습니다.
테니스는 이제 우리 나이에 너무 과격한 운동이니 조심하라는 어리석은 충고
에 형은 ‘나에게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’며 활짝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
앞에 선 한데.
성철 형
어려운 시절 자식과 부모 노릇 다하기 위해 모든 것 버리며 살아 온 우리는
시대를 함께 살아 온 절친한 형제요 동지였습니다.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
것이 삶의 순리 임을 알 만한 나이 인데도 형이 떠난 오늘은 왜 이렇게 쓸
쓸 합니까?.
형은 떠나도 우리는 형을 잊지 않습니다. 형은 떠나도 형의 그 장난기 서린
미소는 형을 아끼는 친구들 마음 속에 언제나 남아 있을 것 입니다.
성철 형
먼저 가셨으니 그 곳에 우리가 다시 만날 사랑방 하나 준비해 주시구려.
아랫목 뜨뜻하게 불도 지펴놓고 향 좋은 커피 끓이며 우리를 기다려 주시
오.
잘 가시오. 그리고 잘 있어요 그곳에서 다시 만날 때 까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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잘 가시오 성철 형 구본현 2008-03-14
